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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소련 전투기 MIG-25 일본 망명 사건 본문

Chisme/Dig

[펌] 소련 전투기 MIG-25 일본 망명 사건

WhiteApple 2011. 3. 17. 04:52


냉전시절 일본인들이 매뉴얼대로만 처리하다 벌어진 코믹사건 하나.
출처:  http://novastn.egloos.com/1444214  <------ 에서 퍼온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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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북극곰과 양키가 자기네 패거리를 끌어모아 으르렁거리던 냉전의 시절.

마음만 먹으면 똥그란 붉은 버튼 한개로 전 세계가 날아갈 수 있었던 공포의 시대.

그 막간에, 한 대의 전투기가 세계를 발칵 뒤집혀놓았습니다.

 

당시 "마하 3의 전투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두려움을 한몸에 받았던 전투기.

 

그 이름하야, NATO에서는 Foxbat(여우박쥐)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렀던 미그 25....



처음 등장했을때만 해도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아주 잠깐동안이었지만요.

 

마하 3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전투기. 사실 이 녀석이 등장한 이유는 미국의 자업자득인 측면이강했습니다. 당시 초음속기를 속속 개발, 실전배치하던 미군은 [마하3으로 날아다니는 전투기와 폭격기를 만들자]는 야심찬 계획을 입안,전자로 XB-70 발키리의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비록 발키리는 실패했지만, 그 혼은 살아남아 훗날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군용기인 SR-71블랙버드가 개발, 실전배치됩니다.

 

자, 이러한 양키들의 속셈을 알아차린 붉은 군대는? 당연히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그들도여기에 맞불을 놓기로 했습니다. 바로 [마하 3의 전투기를 만들자]라는 계획을 그들 역시 실행에 옮긴 것이죠.

그리고 미그 25는바로 이런 계획의 산물인 셈인데...

 

미국 역시 이러한 정보를 접하고 당황해마지 않을 수 없었고, 게다가 소련 특유의 비밀주의는 에어쇼에미그 25를 자랑스럽게 전시해놓고도 그에 대한 제원을 일체 밝히지않게 만들었으니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진영의 경계심은 더욱높아지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언제나 (피)바람이 잘 날 없는 중동에서 또 터진 제4차 중동전쟁.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미그기가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를 내며 국경 부근을 알짱대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에 F-4E 팬텀이 출격했으나 그 미그기는 팬텀을 여유롭게따돌리고 유유히 이집트로 귀환, 이후 이런 숨바꼭질은 2, 3회 정도 계속된다. 게다가 그 속력은 무려 마하3! 바로 말로만 듣던 그 미그 25가 아닌가! 이것을 확인한 자본주의 진영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감도 잠시.

 

1976년 9월 6일.

일본 하코다테 공항에는 왠 본 적이 없는 붉은 별의 전투기 한대가 다짜고짜로 난입해들어옵니다.

그 전투기는 바로 환상의 전투기인 미그 25. 그 조종사인 벨렌코 중위는 조종석에서 내려왔는데....


<빅토르 베렌코 Viktor Ivanovich, 1947년, 공군중위>

<활주로 착륙 후 모습>


-그리고... 그 다음에 뭔 일이 벌어졌냐 하면....



처음 미그 25를 발견하고 스크램블을 위해 출격했던 F-4EJ 팬텀들이 목표를 놓친 이후에
자위대가 새 정보를 얻은 것은 바로 
TV 속보(...). 그러나 조사를 하려는 자위대에 하코다테 공항이 내린 답변 두 마디.


"제복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오시오."

그래놓고 나중에는


"경찰이 왔으니 댁들 도움은 필요없소. 가쇼."

라고 말하면서 문전박대........ 자위대가 일본에서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만한 대목입니다.  (라고는 해도 좀 심했군요;;)

 

그러면, 그 현지 경찰은 뭘 하고 있었느냐 하면....

1. 줄자를 들고서 활주로에 난 타이어 자국의 길이를 재고 있었습니다.

>공항 무단난입 교통사고 조사 및 불법입국의 증거 확보 (..이거봐요.)

 

2. 벨렌코 중위를 [불법입국 용의자]로 체포하여 연행해갔습니다.

>기자들이 하도 몰려드니까 장소를 온천장으로 옮겼답니다. 뭐하자는 짓거리야 이거(...)

 

그 다음날. 일본 정부의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결론은?




 


"소련에 돌려주자"






...오오. 놀랍습니다. 소련에 돌려주자라니. 

아무튼 이렇게 되자 일본 방위청(우리나라의 국방부)과 미 국방부는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

결국 갖은 애걸(+그리고 미 국방부의 압력)을 통하여 미그 25를 방위청 관할로 넘겨받는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 다음이 또 블랙코미디인 것이....

 

하코다테 경찰 : 이제 우리 소관 아니니까 빨랑 가져가.

 

하코다테 지방검찰 : 출국관리령 위반의 물적 증거이므로 압수


>미그 25근처에 가건물을 설치하고 "이 벽은 민간인 소유니까 당신들이 인수한 다음에는 100만엔을 지급하시오"

 

운수성 : 공항에 세우려면 주기료는 하루 1만엔. 단 풀밭에 세운다면 하루 2천엔.

 

하코다테 공항 세관 : 외국 항공기가 착륙하면 면세. 단, 분해되어 반출될 시 수입비와 수출비를 동시에 지급해야 한다. (...어이)

 

통산성 : 분해해서 반출하면 무기 수출이 아닌가. 그건 헌법에 금지되는 사항일텐데....

 

외무성 : 그게 있으면 귀찮아지니까 빨리 소련한테 돌려줘.

 

-이런 판국이었으니 방위청과 미 국방부의 골치는 더더욱 썩어가고...

 

각국 대사관 :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미그 25를 손에 넣으셨군요. 입수한 데이터가 있으면 좀 나눠주시죠.

 

방위청 : 그게 말입니다... 그것이, 그...

 

각국 대사관 : ...너무 짜게 구는 거 아닙니까? 명색이 동맹 사인데 우리 너무 야박하게 이러지맙시다.

 

방위청 : 아니, 그러니까 말이죠... (제길)


결국 미그 25는 "하코다테의 여러분, 안녕히. 그동안 폐를 끼쳤습니다"라는, 뭔가 이상한 현수막이 걸린 채로 F-104J 스타파이터의 호위를 받으며 햐쿠리 기지로 이송됐고 철저한 조사 -사실은 미군이 주도하는 - 끝에 모든 성능이 밝혀졌습니다.

<분해되어서 이송을 위해 수송기에 싣고 있는 모습- "하코다테 시민 여러분 안녕히, 대단히 많은 폐를 끼쳤습니다" 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그렇게 해서 밝혀진 미그 25의 진짜 모습은, 철저한 방어용 전투기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지상 관제소의 백업을 받아서 작전하는 게 기본이었기 때문에, 이후 일본이 게거품을 물면서 F-15를 도입한 건 사실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라고 요미우리 신문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그 25는 월남전 이후 러시아 제 전투기의 격추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걸프전 당시 이라크 공군 소속의 미그 25가 미 해군 항공대의 F/A-18C를 격추한 전과가 있었습니다.하지만 현재 미그 25는 퇴물 취급을 받으면서 빠르게 도태당하는 중이고 러시아에서는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용 비행기가 됐다는군요. 후방석에 타서 속도감을 즐기는 관광이라나요.


여담이지만, 당시 소련은 미그 25 조종사들에게 "동무들, 지상에선 레이더 키지 말라우요. 알았소?" 라고 했다는군요. 미그 25의 레이더인 스메르치-B 레이더의 출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왠만한 ECM은 이빨도 안먹히고(ECM에 대항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레이더의 출력을 올리는겁니다. 물론, 장치는 물론 조종사의 안전과 건강은 보장못합니다), 심심풀이로 지상에서 레이더를 켰더니 비행장 주변의 토끼가 타 죽었다 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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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서 다른나라에서처럼 월권 행사를 쉽게 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위대 존재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서류나 행정절차로 딴지를 걸면 쉽게 걸린다고...

베렌코 중위는 이후 미국에 귀화,  미 정부의 consultant 로 일했고 1983년 발생한 대한항공 격추 사건 때도 전투기의 교신내용을 해독하기도 했다. 
소련 붕괴후에는 모스코에 다녀가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