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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sme/Journal

간만의 외출

WhiteApple 2011. 3. 17. 04:57


한, 두달 정도??
미친듯이 일하던 띵구리가 드디어 병이 나버리셨다.

그동안 날마다 오버타임에 주말에도 자기 상체만한 plan 들을 두덩어리씩 들고 와서 집에서 일하거나
아예 회사로 출근하기를 몇주 하더니
지난 주 금요일에는 드디어 하루 쉴 수 있을 거 같다면서 미리 day off 를 예약해 두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전 날이던 목요일 아침부터 골골 거리더니
외근 갔다가 몸이 안 좋다면 조퇴를 하고 들어와서 그 길로 앓아 누워 버렸다. Y.Y

아아....

감기약을 먹어도 심해지는 목의 염증과 내리지 않는 열 때문에 금요일 오전에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처방받고 거의 이틀 동안은 계속 잠만 잔 거 같다.
자다 일어나면 밥 달라 하고.. 밥 먹으면 약 먹고 늘어져 있다가 또 자고... 또 먹고.. Y.Y

내가 이래뵈도 감기와 함께 한 한평생이라 감기의 웬만한 증상들은 종류별로 모두 꿰고 있는데 말이다...
보통 감기란 게 걸리면.. 특히나 목에 염증이 생겨서 침도 삼키기 힘들 정도로 붓고 열이 끓으면
제일 먼저 입맛부터 떨어지는 게 정상이란 말이다.

물도 삼키기 힘든데 무슨 밥을 먹겠으면 열이 펄펄 끓는데 입이 깔깔해서 뭔들 입에 넣고 싶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 외계체질 띵굴군은 병 나더니 입맛이 더 도지셨다.
어찌나 밥도 잘 드시는지..
목 아파서 침도 온 몸으로 삼키는 주제에 밥을 두그릇씩 막 쓸어 넣고... 아이스크림까지 퍼먹고....

띵구리는 상당한 건강 체질이어서 병치레가 잦은 편이 아니었기에 쬐금 놀란 맘에 나는 오버해서
매 끼니마다 안하던 반찬 두세가지씩 하고 국 끓이고 하다보니... 
딱 하루, 딱 세끼만에 띵구리가 버거워 지기 시작. ㅎㅎㅎㅎ

그래도 감기는 몸이 허해서 생기는 거니까 제일 중요한 게 잘 먹이는 거란 생각에 냉장고 싹 뒤져서 국 끓이고 
생선 요리도 하고 불고기도 하고 내가 할 줄 아는 유일한 반찬인 감자볶음, 계란찜, 오뎅볶음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하이고... 내가 말하면서도 웃긴다. 암튼 저거 하고 나는 뻗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띵구리의 지휘로 올게닉 치킨 사다가 치킨 숲도 한 솥 끓였다.
내가 감기 걸릴 때마다 신랑이 치킨 숲을 끓여줬었는데 내가 그거 먹고는 일주일 앓을 감기를 이틀만에 떨쳐 버린 일이 있어서
감기엔 치킨 숲이 직빵이란 미신같은 믿음이 생겨버린 터라...
생통닭 못 만져서 닭 손질은 환자인 띵굴을 의지해서 나머진 순전히 다 내 힘으로만!! 끓여냈다~~~~~






잘 먹이고 약 잘 챙겨 먹고 해서인지 좀 살만해 진듯 해 보여서 주일날 오후엔 끌고 나가서 열심히 샤핑을 했다.

핑계는 일본원전 폭발해서 방사능이 편서풍 타고 미서부로 날라오면 긴팔 입고 무장하고 다녀야 하는데
오빠가 긴팔옷이 없으니까 미리 좀 사놔야 한다는 거였는데 순순히 별 말 않고 따라오네??
오호~ 방사능은 쫌 무서웠던 거??? 

신나게 띵굴 옷 샤핑하고 내 옷도 몇개 사고 띵굴 얼굴을 보아하니 좀 힘들어 하는 거 같아서 대강 휘리릭 돌고 나왔다.
 

우리 신랑, 지지난 주에 오더한 카메라가 지난 수요일날 도착했드랬다.
금요일에 회사 off하고 사진 찍으러 간다고 설레하다가 목요일부터 병나는 바람에 제대로 갖고 놀지도 못하고
집안이랑 현관밖에서만 테스트한다고 몇방 눌러본 카메라로 이 날은 내 아이폰을 대체할 수 있었다. ㅎㅎㅎ

신랑이 새로 산 올림푸스 펜에는 참 잡다구리하게 뭐가 많았다.
아래의 사진도 그 잡다구리한 무언가 중 하나를 이용해서 찍은 사진.


아트 필터 중에 드라마틱이란 이름을 가진 필터.
정말 드라마틱하게 우울한 사진을 찍어주는 필터다.


아.. 우울해~~~


내 꿈인 도로에서 자전거타기를 실현 중인 꼬마 바이커들 그룹 발견.
부럽구나 얘들아... 난 인도에서도 무섭던데.. Y.Y




이렇게 간만에 외출했는데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굳이... 괜찮다는 내게.. 굳이~!
꼭 인앤아웃을 사주고 싶다면 앙탈을 부리는 띵굴의 호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따라간 인앤아웃. ㅎㅎㅎ


요 인앤아웃 브랜치는 처음 와 본 곳이었다.
여긴 하씨엔다 하잇츠라는 동네인데 여긴 중국인들이 많이 살고 중국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이 인앤아웃과 같은 몰에 Curry House 란 일본 카레집이 한개 있는데 이 카레집은 가디나, LA, Beverly Hills, 로스 알라미또스 등에 여러개가 있는 카레가 무지 맛있는 집이다.
그런데... 이 중국동네에 있는 커리 하우스에 한번 갔다가 정말.. 으엑~
뭔 카레를 돼지육수로 만들었는지 카레가 기름지고 이상한 냄새가 나고 밥은 안남미 밥 같은 것이 이상해서 속이 니글거려서 못 먹겠는데  다른 손님들은 우리 빼고 전부 중국사람들 같은데 너무 맛있게 잘 먹는거라..
아항~ 여긴 중국 사람들이 주 손님이라 이 사람들 입맛에 맞게 기름지게 만드나 부다 싶어서 다신 안가게 됐다.

그리고 이 동네에 있는 스시집에도 한번 갔었는데 정말 그 희안한 맛의 우동과 중국스런 일식을 먹은 이후로는
중국 타운에서는 차라리 중국음식을 먹어야 한단 교훈을 얻었었다.
 


이 날도 이 인앤아웃을 오면서 우스개 소리로 전에 그 경험들을 떠 올리면서 인앤아웃은 괜찮겠지... 하면서 왔는데...





역시나 인앤아웃의 햄버거 맛이 뭐 어디 가겠어?? 라며 먹기 시작했는데 
응?? 좀 갸우뚱~?? 하게 되는 이 맛.


그래도 폭풍 샤핑후 좀 허기졌던 터라 참 맛나게 꿀처럼 먹어댔다. ~


허겁지겁 먹고 나서 배가 부르자 띵굴과 느긋하게 깊은 토론 후 내린 결론은..


뭔가가 이상해.. 였다.


햄버거는 인앳아웃 그 특유의 향이 거의 나질 않았고
프라이스는 왜 퍽퍽????
덜 튀긴건지 프렌치 프라이스는 맛이 왜 이런거????

이건 우연의 일치인거야? 아님 이 인앤아웃이 이상한거야??
사실 동네를 바꿔가면서 웬만한 인앤아웃을 다 다녀본 바로는 약간씩 맛이 차이가 나긴 한다.
유난히 맛있는 지점이 있는가 하면 그냥 ok 정도인 곳. 하지만 맛이 이상하다 싶은 곳은 없었는데 여긴 좀 뭔가가 많이 부족한 듯 했다.
이게 중국타운이기 때문이란 섣부른 conclusion 을 내릴수는 없지만... 이거 우연 치고는 왜 이런건가?
중국음식은 무지 맛있는데 말야...

암튼, 정말 배가 고픈데 이 집 밖에 올 수가 없는 거리인 그런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곳 지점으로는 다시 오는 일이 없을 듯.




이렇게 띵굴과의 간만의 외출의 외식은 인앤 아웃으로 때웠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close out sale 중인 Borders 들렀다가 집에 왔는데 띵굴, 또 열나기 시작. 

아... 비기시러~!

서방님 병간호 나흘만에 나는 짐싸서 가출하고 싶어졌다.